서른살 백수 INFP 밀라, 횟집 아르바이트생이 되다. - 1
- 밀라가 살아가는 이야기
- 2020. 4. 8. 01:42
밀라는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뒤 6개월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 누워서 보냈어요. 여태 모아놓은 돈으로 편하게 생활하다가 통장 잔고와 반비례해가는 불안감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2년 간의 워킹홀리데이 후의 밀라는 알게 모르게 여러 면으로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어요. 그래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어떤 사회 생활도 하지 않고 그냥 누워있고만 싶었어요.)
인프피 밀라는 '사회공포증'이 있습니다. 항상 사람들이 두렵고, 사회가 두렵고, 세상이 두려워요. 숨쉬며 살아가는 자체가 저에게는 고군분투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6개월을 아무 일도 하지 않으니, 이러다가 정말 히키코모리가 돼버릴까봐 두려웠습니다. 20대 내내 여행하며 방황하던 밀라는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채 마땅한 능력도, 자신감도 없이 침대에 누워있는 30살이 됐습니다. 이렇게 시작돼버린 저의 30대가 두려웠고, 무언가를 시도하는 일도 더 두려워졌어요. 세상을 더 알고 나면 확신에 찬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세상을 알면 알수록 내가 옳은 건지 틀린 건지 더 확신이 없어져 갑니다.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은 저에게 취직을 하라고 합니다. 여자 나이 서른이면 좀 늦은 편이라구요. 저도 잘 알고 있어서 괜스레 화가 납니다. 바로 제 자신에게요. 나도 늦어버린 거 너무 잘 알고, 그런데도 세상에 나가는 일이 제일 두려운 제가 너무 미워서 괜히 제 걱정을 해주는 사람들에게 화가 납니다. 그들의 걱정이 제 불안한 내면을 파도치게 해서요. 따끔한 말도, 응원의 말도 다 부담으로 받아들이는 밀라입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두려움을 없애고 작은 사회 생활부터 다시 배워보자며 한동안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에서 나름 시도해볼 수 있을 법한 일들에 지원했습니다. 빠르게 일하지 않아도 되는 조용한 독서실, 대학생 때 일한 경험이 있는 화장품 가게, 사람 상대할 필요가 비교적 적고 호주에서 배웠던 하우스키핑, 모텔 아르바이트, 그리고 학원 보조 선생님 자리에 지원했습니다.
제일 먼저 영어 학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처음으로 간 학원 원장 선생님은 제 이력서를 보고 마음에 들어하시며 강사로 채용하고 싶다고, 당장 바로 수업 해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복사하고 채점하는 보조 선생님이 하고 싶은건데요...' 사람 눈을 쳐다보고, 사람들 앞에 서는 게 두려운 저는 다른 지원자들과 비교 후에 저를 뽑아달라고 말하며 열의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열의도 없었구요. 그렇게 제 낮은 자신감과 자기의심 때문에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거절했습니다.
면접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 너무 길었고 제 자신이 한심스럽고 바보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후, '내 아무것도 아닌 실력이 금새 들통나버릴거야.'라는 생각을 '내가 뽑힐 정도면 나도 그만한 능력이 있다는 거야'로 바꾸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며칠 후 다른 대형 영어학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인프피 밀라의 취향과 개인적 의견을 자유롭게 쓴 글입니다. 여러분들의 생각도 많이 공유해주세요^^♡
글을 가져가실 땐 꼭 출처 공개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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