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공수래 이야기

고양이 공수래 이야기

당신이 흥미로워 할 수도 있는 글

 

서른살 대학생 INFP 밀라 - 1

당신이 흥미로워 할 수도 있는 글 INFP 밀라의 영원한 우리 언니 감성걸 장도연 INFP 밀라의 영원한 우리 언니 감성걸 장도연 밀라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재밌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원래 외향

milavidabreve.tistory.com

 

 

서른살 대학생 INFP 밀라 - 2

당신이 흥미로워 할 수도 있는 글 INFP의 불안감: 불안감에 대한 다양한 대처 방법들 당신이 흥미로워 할 수도 있는 글 서른살 백수 INFP 밀라, 횟집 아르바이트생이 되다. - 1 서른살 백수 INFP 밀라,

milavidabreve.tistory.com

 

고양이 공수래 이야기

(2020년 10월 4일에 쓴 글)

안녕하세요. 밀라입니다. 오랜만에 일상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할 이야기가 너무나 많아서 아주 긴 리스트를 만들었어요. 고양이 입양기, 사랑, 연애, 가족, 우울증, 여행, 학교 생활 등, 하고 싶은 이야기가많았답니다. 바빴다고 하면 변명이겠지요. 게으름과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 때문에 글을 쓰지 않았어요.

 

오늘은 우리 집 둘째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어쩌면 이 아이가 요즘 겪고 있는 일에 대한 이야기에 제가 모든 마음이 들어 있을지도 몰라요.

 

우리 집 둘째 고양이의 이름은 공수래입니다. 4개월 전 남자친구와 동물 보호소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눈에 밟혀 입양한 아이인데, ‘공수래라는 이름은 '빈 손으로 온 아이'라는 뜻이에요. 입양 후 초반에는 많이 아파서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애교스럽고 앙칼스럽고 에너지 넘치는 아이라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어요. 넘치는 에너지로 항상 우당탕탕 뛰어다니는 수래에게 아빠께서 '깡패'라는 별명을 지어줄 정도였으니까요.

 

부모님은 항상 고양이 입양을 반대하셨고, 특히 수래가 아플 때 제가 제 생활을 포기하며 아이를 돌보는 모습이 부모님에게는 마음 아프고 못마땅하게 보였나봅니다. 하지만 싫다고 해도 자꾸 품에 가서 안겨서 이쁜 짓을 하는 아이를 어떻게 미워할 수가 있을까요. 남자친구가 본가에 갈 때마다 제가 부모님과 사는 집에 수래를 데리고 가서 오랜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지금은 수래없이 혼자 집에 가는 날은 가족들의 실망한 눈치가 가득합니다.

 

수래가 가족이 돼고나서 수래에게 습관처럼 사랑한다는 말을 하게됐어요.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두요. 수래가 아파도 미안하고, 밥을 먹지 않아도 미안해요. 잠을 잘 자도 사랑하고, 응아를 잘 해도 사랑해요. 너무 사랑스러운 이 아이는 저에게 무언가를 이렇게나 온전하게 사랑할 있다는 마음을 알려준 것 같아요. 바라지 않는 사랑이란 게 여기에 있는 거에요! 맞아요, 공수래 그 자체가 사랑이였어요.

 

여태 제가 느끼고 있었던 세상에 대한 염세적이고 회의적인 생각들, 그로 인한 무기력증, 우울증, 다가올 내일이 또 두려운 마음조차도 이겨버릴 만큼, 사랑하고 제가 책임질 존재가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게  됐습니다. 평생 느껴보지 못한, 심신으로 버거운 일이지만행복함이더커요.

 

우리 집에서 수래를 제일 좋아하는 인물은 첫째 고양이인 콩까루입니다. 9살이나 된 할아버지 까루는 캣타워에 올라가는 것도 무서워하고 하루 종일 잠만 자곤 했어요. 처음 수래를 만난 날부터 수래와 함께 있는 날이면 뛰어 놀기도하고 캣타워 높이 올라가기도 합니다. 수래가 많이 작았을 때는 가족들이 수래가 보이지 않으면 걱정했는데 까루가 항상 수래의 뒤를 지켜주는 보디가드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잘 때도 수래를 꼭 껴안아주고요. 맛있는 츄르를 양보하기도 한답니다.

 

수래는 처음부터 몸이 약한 아이였습니다. 기관지가 좋지 않아서 계절이 바뀔 때면 한바탕 아파서 숨쉬를 힘들어 했고, 코가 막혀있으니 음식도 잘 먹질 못해서 작은 아이였어요. 입맛이 없어서 음식을 거부할 때에는 밀라 집사의 마음을 쿵 하게 만들곤 했습니다.

 

가을이 되면서 수래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어요. 기관지가 약해서 환절기가 되면 아픈 아이라는 걸 알았기에 밥 잘 먹고, 약 잘 챙겨먹고 잘 자면 곧 나을 줄 알았어요. 병원에 다녀왔으니 괜찮을 거라고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요즘엔 심할 정도로 많이 안 먹고 기력도 없고 전처럼 뛰어다니지도 않았어요. 저번주부터는 아이가 아예 몸을 가누질 못 했습니다. 추석이 지나고 급히 병원에 갔습니다. 증상을 말하고 방사선, 혈액검사를 마치고 수액을 맞추고 관장도 했어요. 수액을 맞으면 웬만큼 기력이 없는 아이들도 일어난다고 하던데 수래는 여전히 몸을 가누지 못했습니다. 의사는 수래의 뇌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어요. 조금씩 머리 속에 퍼즐이 맞춰졌습니다. 입양 온 첫 날부터 뒷다리를 우스꽝스럽게 하고 뛰는 모습, 최근에 자다가 소리를 지르고, 머리를 쓰다듬으면 신경질을 내는 모습들이 다 아파서 그랬다는 것을요.

 

병원 대기실에서도, 집에 오면서도 언니와 저는 '괜찮다, 별 일 아니다, 잘 살 수 있다.'고 이야기 했지만 결국 집에 와서 울음이 터졌어요. 서로 번갈아 가면서 울었습니다. 운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눈물이 났어요. 아이가 너무 가엽고 현실적인 문제들이 너무 걱정됐어요.

 

어제는 수래가 힘을 내서 오랜만에 캣타워에도 올라가고 열심히 스크래쳐를 긁었는데 하룻밤 사이에 사지가 마비되어 몸을 가눌 수 없는 아이의 모습이 안타까워요. 이제서야 기력을 찾는다고 생각했었는데 뛰어놀고 싶은 마음에 아주 끝까지 힘을 낸 것일까요. 하룻밤 사이에 아주 다른 아이가 돼있었습니다.

 

누구보다 튼튼하던 아이인데 밥도 물도 스스로 먹질 못하고 화장실도 가지 못해요. 아직 배고프다는 표현,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표현에 대한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서 일까요. 엄마 품에서 쉬야를 하고, 언니 품에서 응아를 했어요. 수래는 갑자기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누구보다 당황스러워했어요. 몸을 가누지 못해 몸에 다 응아를 다 묻히고 스스로도 당황스러워하는 수래의 모습에 언니와 저는 또 한밤중에 울었어요. '괜찮다, 괜찮다.' 하면서 아이가 숨을 쉬는지 확인했어요.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이 나를 울게 한다는 그 말이 맞는 말이에요. 마음 아프게 되니 동물은 키우지 말자던 어른들의 말씀이 다 맞는 말이었을지도 몰라요.

참고하면 좋은 글

 

서른살 대학생 INFP 밀라 - 2

당신이 흥미로워 할 수도 있는 글 INFP의 불안감: 불안감에 대한 다양한 대처 방법들 당신이 흥미로워 할 수도 있는 글 서른살 백수 INFP 밀라, 횟집 아르바이트생이 되다. - 1 서른살 백수 INFP 밀라,

milavidabreve.tistory.com

 

 

서른살 백수 INFP 밀라, 횟집 아르바이트생이 되다. - 2

적당히 자신있는 척 하며 일자리를 구하자고 다짐하고 두번째 면접 장소인 영어학원을 찾아갔습니다.확신에 차보이는 젊은 여성 원장 선생님에게 면접을 봤습니다. 역시 저는 누가봐도 자신이

milavidabreve.tistory.com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